2022. 2. 25. 07:12ㆍ임신과출산/모유수유
잠결에 아기의 손가락 맛 다시는 소리가 들린다.
원래는 입으로만 쫍쫍 움직였는데 며칠전부터는 손을 적극적으로 빤다. 어제는 심지어 쪽쪽이도 잘 안물고 손맛을 즐기기도 했다.
시각을 보니 새벽 6시가 채 안되었다. 그래도 인생 45일차 울 아기는 6시간 20분간 통잠을 잔 후였다. 41일부터 7-8시간 통잠을 자는 우리 효녀….!
밤새 가슴이 꽉차서 단단했다. 기저귀를 갈아준 뒤 123마사지를 하고 수유를 시작했다. 아기는 2-3일전부터 젖냄새를 아는건지 수유 쿠션에서 옆으로 누우면 엄마젖을 먹는다는걸 아는건지 아니면 엄마 젖을 보고 그러는건지 수유쿠션에 눕자마자 입을 양껏 벌린다. 어미새에게 밥달라고 입을 벌리는 아기새마냥 정말 귀엽다. 엄마 젖인줄 알고 입을 벌리는것 같아 더 귀엽다.
가슴통증이 있어서 그런지 아기가 문 통증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26분간 열심히 먹고 쉬멍자멍하며 엄마 젖을 물다 잠이 들었다. 덕분에 가슴은 다시 말랑해졌다.
난 수유하기까지 고생을 좀 했다. 처음엔 젖몸살이 너무 심해서, 그담엔 아기가 안물어줘서, 또 그담엔 수유자세를 잘 몰라서, 수유자세가 어색하니 자연스레 유두통증도 심해져서 유선염으로 유방외과도 다녀올정도였다. 그담엔 현재 유두 균열로 고생중이다. 왼쪽 유두엔 수포같은게 올라왔는데 등줄기까지 뻗치는 통증이 느껴져 잠을 설치기도 했어서 지난주부터 왼쪽 가슴으로는 직수를 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까지 45일간 삐걱대며 수유를 이어오고 있는데 몸과 정신이 정말 지칠때가 많다. 가슴이 아파서, 찌릿찌릿하게 젖도는 느낌이 싫어서, 씻을때마다 유두를 주의하고 또 주의하지 않으면 안되서, 수유 후 유두에 뭔가 닿는 것 자체가 통증으로 느껴져서, 아기가 먹는 양에 비해 젖양이 적어서 힘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로 계속 수유를 할지, 아니면 단유를 할지 고민중이다.
정말 열심히 2-30분 수유하고 나서 아기가 연이어 분유를 120cc를 꿀꺽 먹어버릴땐 난 방금 뭐하고 있었나 하고 허탈하기도 하다. 그러다 다음 수유때 수유쿠션 위에서 열심히 입을 쭈왑쭈왑 벌리는 아기를 보면 너무나 사랑스럽다. 그래서 정말정말 고민이 된다.
수유를 하면서 모유수유를 도전하고 며칠이라도 이어나가려는 모든 어머니들께 존경을 표하게 되었다. 모유수유를 별탈없이 쉽게 하더라도 모유수유로 아기를 먹이는 일 자체가 정말 힘든 일이다. 출산후에도 여전히 먹는데 신경을 써야하고 밤낮없이 물려야 하고, 나같이 유두통증이 있다면 참아가며 해야하고, 수유하지 못하면 가슴통증이 오기전에 유축으로 관리해줘야한다. 모유수유를 잘 이어나가는건 정말 거대하고 각종 난관이 숨어있는 산을 오르는 일 같다.
하… 수유를 지속할지 말지 정말 고민이다. 계속하고싶은 마음 반, 이젠 좀 편해지고 싶은 마음 반… 결정이 너무 어렵다. 휴… 일단 왼쪽 가슴이 나아지면 생각해봐야겠다.
'임신과출산 > 모유수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직수로 가는 길고 험난한 여정(feat. 유두보호기 4종) (0) | 2022.02.10 |
---|---|
가슴 안정기 (0) | 2022.01.24 |
젖몸살은 극복하는게 아니다. (0) | 2022.01.21 |
젖몸살 극복기 (0) | 2022.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