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10. 14:46ㆍ임신과출산/모유수유
오늘로 태어난지 30일째가 된 우리 아기. 오늘로 신생아를 졸업하는 날이라 그런지 오늘 처음으로 양쪽 가슴을 유두보호기 없이 물어주었다. 나의 가슴상태를 말하자면 양쪽 모두 유두가 메델라보호기 사이즈 기준 M~L 이고 길이는 오른쪽가슴보다 왼쪽가슴이 짧은편이다.
병원에서도 조리원에서도 한번씩 전문가가 가슴을 봐주셨는데 모유수유할때 지장이 없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웬걸.. 첫 며칠을 제외하곤 아기가 물어주질 않았다. 입도 작고 빠는힘도 약한데 그 며칠사이에 젖병에 길들여지고, 그동안 엄마의 가슴은 젖몸살로 돌처럼 굳어 더 먹기 힘들어진 탓일것이다.
가슴 상태도 괜찮고 모유 양도 많은 편이라고 했는데 아기가 안물아주니 답이 없었다. 아기가 무는 것을 제외한 조건이 괜찮았기 때문에 모유수유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조리원에 있늘 때 거의 하루종일 유튜브, 맘카페, 블로그 등에서 모유수유에 관한 글과 영상을 계속 보며 무엇이 문제인지 공부했다. 유튜브보다가 아기 수유시간이 되어 수유를 하면 나도 긴장해서 뻣뻣해지고 자세가 서툴고, 나의 리드를 못받은 아기도 힘들어해서 늘 실패했다.
1. 이름모를 유두보호기
조리원에서는 한 종류의 유두보호기를 공용으로 내놓고 직수를 못할경우 한번 써보고 구입하도록 했는데 처음에 아기가 물어주어서 이거라도 써보자 해서 구입했다. 이게 메델라 유두보호기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듣보잡 유두보호기였다. 종이박스도 버려 어디회사것인지도 알 수 없다. 익히 아는 브랜드는 아니었다. 중요한건 이 유두보호기는 사이즈가 M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매우 작았는데 조리원 간호과장은 이것을 보고도 구매하라고 한 것이었다. 난 원래 보호기를 끼면 유두가 꽉 끼는줄만 알았는데 그것이 아님을 나중에야 알았다. 꽉낀 유두에서 모유가 잘 나올리가 있겠는가. 아기는 몇번 문 이후로 절대 물지않았고 나중엔 자지러지기까지 했다. 그냥 조리원에 소모품 판매 수익만 올려준 셈이었다.
그 사이 우리 아가는 점점 더 젖병에 익숙해졌다. 나도 유축에 익숙해져 유축모유를 먹이는게 정신적으로 안정이 되었다. 어떻게 해도 아기가 안물어주니 반포기상태였고 이대로 모유가 안나오면 걍 완분으로 가자는 주의였다.
2. 쭈쭈베이비
그러던 중 조리원 퇴소를 4-5일 앞두고 쭈쭈베이비라는 유두보호기를 알게되었다. 젖병홀릭인 우리 아기에게 젖병젖꼭지와 비슷한 보호기라면 괜찮겠는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있던 조리원에는 판매는 안했지만 쭈쭈베이비 공용기구가 있어 한번 사용했는데 어머나, 아기가 잘 무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날 당장 인터넷으로 구매를 해버렸다.
하지만 문제점이 있었다. 그것은 나의 유두 크기. 쭈쭈베이비 보호기에 거의 딱 맞았고 아기가 물자 유두가 부풀어 유두와 유륜 사이가 너무너무 아팠다. 아기가 세게 빤 적이 있었는데 유두에서 피가 나기도 했다 ㅠㅠ 공포심마저 들었지만 아기에게 직수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겨 아픔을 참아가며 물렸다.
3. 메델라 유두보호기
쭈쭈베이비에 익숙해질때쯤 메델라 유두보호기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비슷한 유두보호기를 첨에 샀지만 나에게 사이즈가 안맞았다. 조리원 퇴소를 이틀 앞두고 메델라 유두보호기 L사이즈를 구매했다. 이젠 어느정도 엄마의 젖을 (보호기로라도)무는데 익숙해졌겠지. 라고 생각해서 메델라를 착용하고 물려보았는데,… 전혀 물지 않았다 ㅡㅡ;
4. 카네손
메델라 보호기와 동시에 보았던 보호기는 카네손이라는 보호기였다. 쭈쭈베이비랑 비슷한 모양이면서도 크기가 크고 2단 형태라 엄마가 손으로 방향을 잡아줄 수 있는 보호기였다. 이왕이렇게 된거 일단 다 도전해보자 해서 이것도 구입했다.
그리도 카네손을 물린 첫날, 아기가 너무나 잘 물어주었다. 양쪽가슴을 울지않고 잘 물어주어 너무나 행복했다. 쭈쭈베이비에 비해 유두통증도 덜해서 나도 만족스러웠다. 보호기 4개째만에 드디어 나와 우리아기에게 맞는 보호기를 찾은거였다…!!
카네손에 익숙해진지 2-3주가 흐를때쯤, 남편이 내가 수유하는걸 보다가 지나가는 말로 보호기 없이 물려보지? 하는 것이었다. 순간 긴장했지만 조심스레 시도해보았다. 물론 가슴상태가 더 좋은 오른쪽으로 말이다. 그랬더니 아기가 물어주는게 아닌가? 이후 한두번은 카네손으로, 또 한두번은 직수로 하다가 어제인가 그저께부턴 오른쪽 가슴은 계속 직수중이다. 남편의 지나가는 한마디에 용기에서 시도해보았는데 그러길 정말 잘한것 같다.
오늘은 더 긴장되는 왼쪽가슴이었는데 역시 조심스레 시도해보니 앙 물어주는게 아닌가? 유두가 짧다고 실망할게 아니었다…!! 카네손을 쓰며 모유수유를 이어와서 그런지 유두도 조금 나오긴 했지만 확실히 아기의 빠는 힘이 좋아지고 아기 역시 먹는 자세가 익숙해져서 직수가 가능해진 것 같다.
여러 유두보호기를 써보며 직수를 위해 노력하며 느낀게 있다. 직수를 원한다면 (아마도)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것. 어떤 보호기를 썼기 때문에 성공할수 있었다기 보다 각자 가슴상태나 아기의 선호에 따라 맞는 유두보호기는 다를 수 있으니 그걸 찾알으면 꾸준히 물리면서 중간에 나처럼 직수을 시도해보면 좋겠다. 하루하루 아기는 너무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니 어제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오늘도 안될거라 생각말고 꾸준히 시도해보시길. 안되면 우리에겐 보호기가 있으니 또 보호기로 물리면 될 것 아닌가. 누군가가 나에게 계속 물리다보면 나중에는 아기와 장난치며 수유하는 날이 올거라고 했는데 그때까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도 아기도 합을 맞춰나가야 겠다. 모유수유가 잘 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스트레스인줄 잘 알기에 이글을 참고할 모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모두 힘내시라!
'임신과출산 > 모유수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유수유와 단유 고민 (0) | 2022.02.25 |
---|---|
가슴 안정기 (0) | 2022.01.24 |
젖몸살은 극복하는게 아니다. (0) | 2022.01.21 |
젖몸살 극복기 (0) | 2022.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