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13. 22:12ㆍ임신과출산
분만예정일이 다가올수록 불안함과 초조함이 계속되었다. 초산일 경우 분만예정일을 지나서 낳는 경우가 많은것을 알았음에도 왠지 40주를 넘기는게 심적으로 부담이 되었던것같다. 임신주수가 2-30주 정도였을땐 분만을 앞둔 산모들이 왜 아기를 일찍 못낳아서 안달일까 생각했는데 막상 내가 만삭이 되어보니 그 심정이 이해가 갔다.
나름 일찍 분만하기 위해 거의 매일 짐볼을 타거나 유투브에서 임산부필라테스/요가를 검색하여 따라했다. 계단도 타보고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며 하루 7천보를 걷기 위해 노력했다. 그치만 배만 종종 뭉칠뿐, 뱃속 아가는 활발한 태동을 자랑하며 세상에 나올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러다 39주 6일째 되는 새벽 1시쯤, 잠을 자다 갑자기 팬티에서 뭔가 흐르는 느낌을 받았다. 몇달간 생리를 안했기에, 그리고 뭔가 출산의 신호를 기다리는 중이었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 같다. 감지하자마자 화장실에 가는데, 가는 길부터 액체가 줄줄 흘렀다. 양막이 터졌음을 첫경험에도 바로 알 수 있었다.
시간을 보니 0시 57분이었다. 즉시 생리대로 처리하고 남편을 깨워 병원에 전화하도록 하고 짐을 챙겼다. 양수가 새면 아이에게 감염 위험이 있어 씻지 말고 바로 병원에 오라고 하였다. 그래서 샤워는 못했지만 언제 머리를 감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와중에도 머리를 감았다.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1시 38분경… 이후의 기록을 개괄식으로 나열하면 아래와 같다.
01:45 첫 내진 ㅡ 3cm 열림확인
01:47 태동검사
01:51 항생제 반응검사
02:20 제모, 관장
02:40 2차 태동검사. 조금씩 통증이 느껴짐(가진통)
02:50 당직 원장님 내진 후 계속 태동검사
06:00 소변검사, 내진 ㅡ 여전히 3cm
08:00 간호사내진. 이후 통증강도 세짐(진진통 시작)
09:00 원장님내진2. 무통놔주시기로함. 아직진행은 더디다함.
09:15 무통테스트
09:35 간호사내진. 엄청아팠음…
09:45 무통시작
11:30 힘주기 연습 시작
12:10 드디어 출산
자연분만을 고집하지도 않았지만 어떤 방법이든 나와 아기가 건강하깅 바랬다. 특별히 원치 않았던 것은 유도분만을 해서 어떻게든 자연분만을 해보려는 것… 워낙에 무서운 후기가 많아서 그렇게 까지 고통받아가며 분만을 하고싶진 않았다. 그래서 급박하게 가게 된 분만실이었지만 혹시 몰라 물한잔 마시지 않고 병원에 갔다. 왜냐하면 통증없는 양막 터짐이었고 이럴경우 36시간 내에 아기를 낳아야 하는데 초산은 보통 진행에 더뎌 촉진제를 쓰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나역시 가진통이었지만 3시간 진통후에도 진행이 잘 안되서 걱정이 됐는데 그 이후 조금씩 더 열려 2시간 뒤에 무통주사를 맞을 만큼이 되어서 어쩔수없이(?) 자연분만을 하게 된 것 같다.
무통 덕분에 힘주기 연습 시작때까진 아픔을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마취과 의사샘 말씀으론 무통 주사는 배통증은 확실히 줄여주지만 골반 통증은 신경 경로가 달라 통증이 느껴질 수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힘주기를 하면 할수록 더 아팠고 무서웠다. 세상이 노래질때쯤 분만을 한다던데 정말 그말이 맞았다. 통증이 오면 있는 힘껏 온몸의 힘을 쥐어짜내야하는데 그러고 나면 몸을 쓴 것에 대한 통증이 밀려와 너무 힘들었고 (아마도 회음부가 늘어나고 찢어지면서 생기는 통증도 조금씩 느끼면서 더 아팠던것 같다) 몸을 어떻게 가눠야할지 모를정도가 되었다.
누군가는 출산하는게 콧구멍에서 수박이 나오는 느낌이라고 하던데 나는 힘주느라 미칠 지경에 이를때쯤 숭덩 하고 내 몸 속에서 무언가 빠져나오는 것이었다. 죽을 것 같던 순간이었는데 아기가 나왔다는 이야길 듣자마자 배위에 올려져 아기가 있었다. 정말 방금까지 미칠듯에 힘주며 만나고 싶어하던 그 아기가 여기 있는 이 아기가 맞을까? 보면서도 실감이 나지않고 신기했도 감격스러웠다. 그 순간은 정말 한마디로 뭐라 표현이 안될정도로 복잡했다. 그런 감정이 아기를 안으며 엉엉 우는 행위로 표출되었다. 간호사님이 아기한테 한마디 해주라고 하셨는데도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 엉엉 울었다. 그러나 나중에 나지막이 ‘조이야 반가워’ 라고 읊조렸던 것 같다.
어제 출산하고 이제 이틀째인데, 마치 엄청 오래전에 아기를 낳은 것만 같다. 하루 두번 신생아싱 면회가 가능한데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다. 오늘은 모유수유 교육도 받고 아기에게 연습겸 젖을 줬는데 그렇게 힘차게 젖을 무는지 몰랐다. 너무나 사랑스럽게 세상을 살기위해 입을 오물거리는 모습이 귀엽고도 뭉클했다. 빨리 아기에게 맛있는 식사를 주고픈 마음이 한가득 드는 하루였다.
자연분만 한 덕에 내일 오전이면 벌써 퇴원을 하고 조리원으로 이동한다. 내일이면 남편도 출산후 처음으로 아기를 안아볼 수 있는 날이다. 조리원에 가면 좀 더 많이 안아주고 아기와 합을 맞춰 모유수유 연습을 해야겠다.
아기를 낳기전엔 막연한 책임감에 불안했는데 막상 낳고나니 아직은 사랑스럽기만 하다. 또 언젠가는 불안해지거나 짜증이 나거나 막막하거나 답답해지겠지만… 출산할때의 감정과 느낌을 기록하며 이순간을 잊지 말아야겠다.
사랑해 아가야. 우리 세가족 앞으로 잘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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